매년 김장철이 되면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한다. 배추를 절이고 속을 넣고 무거운 김치통을 옮기는 과정에서 허리에 강한 압박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량이 적고 근력이 약한 중장년층 여성은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근막통증증후군이 악화되기 쉽다.
정형외과 전문의 선상규 원장(코끼리정형외과의원)은 "김장은 반복적인 허리 굴곡과 비틀림이 동시에 일어나는 활동으로, 올바른 자세와 스트레칭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선 원장과 함께 김장철 허리 통증의 위험성과 허리 건강을 지키는 방법까지 함께 알아본다.
김장할 때 잘못된 자세, 디스크 통증 부른다
김장철에는 평소보다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은 채 장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다. 배추를 절이거나 속을 넣고, 무거운 김치통을 옮기는 과정은 모두 허리뼈(요추)에 압박과 비틀림을 준다. 특히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디스크(추간판)에 가해지는 압력은 2~3배 높아지고, 구부정한 자세를 오래 유지할수록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러한 자세가 반복되면 척추 사이의 디스크가 앞으로 밀려나면서 섬유테가 손상되거나 찢어질 수 있고, 내부의 수핵이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로 인해 허리 통증뿐 아니라 엉덩이와 다리로 이어지는 방사통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상규 원장은 "허리를 굽히거나 비트는 자세로 장시간 작업하면 디스크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며 "특히 추운 날씨에는 근육이 경직돼 작은 자극에도 손상 위험이 커지므로, 중장년 여성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주 이상 통증 지속되면, 척추 질환 의심
김장 후 허리 통증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지만,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다른 척추 질환 가능성도 있다. 대표 질환으로는 ▲요추관협착증,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척추분리증 및 전방전위증, ▲압박골절, ▲근막통증증후군 등이 있다.
요추관협착증은 신경 통로가 좁아져 다리 저림이나 보행 장애를 유발하고,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은 척추 사이의 디스크가 돌출되어 신경을 압박하면서 허리와 다리에 방사통을 일으킨다. 척추분리증 및 전방전위증은 척추가 앞으로 밀려 신경을 누르며, 압박골절은 특히 폐경 후 여성에게 흔한 급성 통증의 원인이 된다. 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 긴장으로 인한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 질환이다.
선상규 원장은 "이런 질환을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신경 손상이나 보행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시기 놓치면 신경 손상·재발 위험↑
통증 초기에는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약물치료로 염증과 근육 긴장을 완화하고,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로 자세를 교정한다. 체외 충격파(ESWT)나 프롤로 치료(Prolotherapy)는 근육과 인대의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디스크 돌출이 커지고 신경 압박이 심해져 감각 저하나 근력 약화, 심한 경우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칭과 올바른 자세로 허리 부담 줄여야"
허리 통증을 방지하기 위해 김장을 시작하기 전 5~10분, 작업 중에는 15~30분 간격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동작은 ▲무릎 당기기(누워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기는 동작) ▲고양이-소 자세 ▲등배 운동(허리를 천천히 뒤로 젖혀 10초 유지하는 동작)이 도움이 된다.
또한 김장할 때는 바닥이 아닌 테이블 위에서 작업하고, 의자에 앉아 허리를 곧게 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쪼그려 앉을 경우에는 벽에 등을 기대거나 좌식 의자를 사용해 허리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무거운 김치통을 옮길 때는 허리가 아닌 하체의 힘으로 들어야 하며, 혼자 들기보다 나누어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작업 도중 15~30분마다 자세를 바꿔주는 것도 허리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선상규 원장은 "김장철에는 허리 디스크뿐 아니라 척추관협착증, 근막통증 같은 질환이 쉽게 악화된다"며 "스트레칭과 충분한 휴식으로 허리 통증을 미리 예방하고, 통증이 생기더라도 '잠깐 쉬면 낫겠지'라며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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